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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말에 맞는 판소리와 외국말에 맞는 오페라

2008.07.29 / 프라나 칼럼

한국말에 맞는 판소리와 외국말에 맞는 오페라

한국의 판소리와 외국의 오페라는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속을 보면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역사적인 관점이나 노래하는 주변의 것은 생각 말고 노래하는 것만 생각해 보았다.

오페라는 많은 사람이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 장군, 여왕, 부하, 시장 상인 등..그리고 때로는 오케스트라의 악기에서 새소리, 천둥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반대로 판소리는 일인극이다. 판소리 명창 혼자서 놀부와 흥부목소리, 제비소리, 천둥소리를 모두 내야만 한다. 가히 인간의 목소리라 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너무나 많은 종류의 소리를 내야하는 판소리는 오페라와 비교하여 당연히 성대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성대를 이용하여 다양한 발성을 하다보면 성대의 기능과 구조에 무리를 주게 되는 것이다.

노래하는 시간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오페라는 1시간 전후의 극을 많은 사람이 나누어 노래를 한다. 그러나 판소리는 일인극이므로 많게는 혼자서 8시간의 극을 노래해야 한다. 아무리 건강한 성대를 가졌다 하더라도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판소리 명창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 오랜 기간을 훈련과 연습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목소리의 음색에서도 다르다. 오페라는 맑은 목소리를 원한다. 성대에 질환이 없고, 깨끗한 성대로 울림을 내서 만들어 내는 목소리를 최상으로 여긴다. 여기에 반하여 판소리는 수리성을 최고의 소리로 친다고 한다. 약간 허스키하면서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이것은 성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정상 성대로 노래하는 것 보다, 성대질환을 만든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원하는 소리를 내면서 노래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고 힘든 것이다.

오페라와 판소리가 비슷한 듯 다른 것은 마이크를 쓰지 않는 공연이라는 것이다. 다른 대중 음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은 공간에서 사람과 가수의 사이가 가깝다. 대개는 야외보다는 작은 주택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판소리는 주 무대가 야외였다. 그리고 오페라는 주 무대가 커다란 연주홀이나 야외 극장이었다. 당연히 무대의 끝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소리가 전달되기 위해서 강하고 울림이 좋은 소리를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거기에서 더욱 강한 호흡에 의한 강한 발성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오페라는 실내와 음향학적으로 잘 조성된 야외 극장을 이용하였다면, 판소리는 울림이 퍼져 버리는 야외이었기 때문에 소리의 울림을 주는 것이 더욱 어려웠을 것이고, 따라서 더욱 강하고 지르는 듯한 소리로 더 멀리있는 사람에서 특징적으로 들려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리성을 만드는 성대 질환의 발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언어의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말에는 자음에서 무성자음을 쓰기 때문에 성대에 압박을 받는 발성을 쉽게 유도한다. 판소리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언어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성대에 힘을 주면서 성대를 누르는 소리를 낸다. 간혹 울림(공명)을 주는 발성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목에 힘을 주면서 소리를 내게 된다. 이런 발성은 성대의 근육 뿐 아니라 발성에 연관되는 목의 다른 모든 근육의 종합적인 조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목소리 변화가 오고, 쉽게 발성 질환이 생겨서 노래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판소리를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중도에 노래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외국에서 나온 오페라는 대부분이 이태리어같은 외국어로 되어 있다. 언어 자체가 모음 위주의 체계로 되어 있어서 성대 압박을 덜 주게 되고, 발성을 쉽게 할 수 있는 언어적 특징을 갖고 있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을 연수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많은 성악가가 외국에서 잘 나오던 목소리가 한국에 들어 온 이후로 잘 나오지 않는다면 이것은 언어의 영향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자신의 언어습관과 발성 습관을 확인하여 교정을 하면 다시 예전의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는 한국어로 해야 제 맛이 날 수 밖에 없다. 판소리를 외국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영어로 부른다면 판소리의 맛을 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오페라를 한국말로 번역해서 부른다면 가사를 이해하기는 쉽겠지만 오페라의 감동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역시 각 나라마다에서 발생한 음악은 그 나라의 언어와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어서 그 나라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외국의 음악, 언어를 사용하는 오페라를 한국에서 한국말을 배우면서 자란 한국인이 잘 부르기는 정말로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많은 성악도들이 외국으로 연수를 나가는 것 같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언어 자체가 다른 문화이다 보니 지금과 같이 한국말을 쓰는 한에는 외국의 오페라를 그 사람들만큼 잘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판소리를 외국인이 잘 부르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한국말의 다양함을 그대로 소리 내어 발성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같은 언어로 같은 노래를 편하게 부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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