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스타 K는 기자들 사이에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꽃미남 배우다. 연예인 취재만 10년 넘게 한 베테랑 기자도 그와의 인터뷰를 포기한 지 오래다. 웬만한 기자들은 K와 통화조차 못했다. 그런데 입사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어느 잡지사의 신참 여기자가 K와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비결을 묻는 선배 기자들에게 그 여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특별한 것 없어요. 본인 휴대폰으로 전화했는데, 곧바로 만나자고 하던 걸요. 근데 만나자마자 K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글쎄 몹시 당황스런 표정으로 제게 ‘목소리만 예쁘군요?’라고 하더라고요. 제 목소리만 듣고 뭔가 큰 기대를 했나 봐요. 아무튼 전 순전히 목소리 덕을 본 겁니다.”
곱고 청아한 목소리의 여기자는 “외모만 좀 따라주었더라면 잡지사 기자가 아니라 방송사 아나운서가 되었을 것”이라며 목소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투였다.
목소리 때문에 낭패를 본 사람도 있다.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대리인 L씨는 키 185cm, 몸무게 75kg의 호남이다. 조건이나 외모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그이지만 소개팅 자리에만 나가면 퇴짜를 맞는다. 외모와 달리 여성스런 목소리 때문에 성 정체성을 의심받는 까닭이다. 그는 목소리 때문에 매사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목소리는 사회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엘버트 메라비언은 “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목소리가 38%, 표정이 35%, 태도가 20%의 비중을 차지하며 말하는 내용은 겨우 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훌륭한 메시지라도 이를 전달하는 방법과 수단인 목소리가 나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로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남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일까. 이미지의 시대, 외모 못지않은 경쟁력으로 부상한 목소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목소리는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를 말한다. 여기서 목구멍은 발성기관을 뜻한다. 발성기관은 폐에 의한 호흡조절로 성대를 진동시키는 ‘발생기’, 폐를 통과한 공기로 후두(喉頭)의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로 만드는 ‘진동기’, 입 뒤쪽에서 음색과 음질을 만드는 ‘공명기’, 입에서 발음을 만드는 ‘발음기’ 등을 이른다. 즉 폐의 공기가 목을 통과하면서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만들고, 이것이 다시 입과 입술을 통과하면서 표현되는 것이 목소리다.
남성과 여성은 성대 길이가 달라
목소리 전문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4가지 발성기관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목소리에 이상이 온다”며 “보통 목소리 이상은 진동기, 즉 후두의 성대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후두의 성대는 목의 좌우 양쪽에 위치한 2cm 미만의 작은 기관이다. 좌우 성대는 우리가 말을 할 때 서로 밀착, 진동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 보통 목소리를 낼 때 1초에 150~200회 정도 진동하며, 고음(高音)일 때는 500~1000회, 저음(低音)일 때는 80~100회 정도 진동한다. 음식을 삼킬 때는 양측이 완전히 밀착돼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남성과 여성 목소리의 가장 큰 차이는 음성의 높낮이에 있다. 서로간의 주파수(Hz)가 다르다는 얘기다. 남성 목소리의 기본 주파수는 대략 100~200Hz이며, 여성은 200~250Hz로 여성이 평균 100Hz 정도 높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 목소리의 주파수가 다른 것은 성대의 굵기와 길이 때문이다. 여성에 비해 목소리가 저음인 남성의 성대는 여성의 성대에 비해 굵고 길다. 반면 여성의 성대는 남성의 것에 비해 짧고 가늘다. 굵고 긴 줄에서 저음이 나고, 가늘고 짧은 줄에서 고음이 나는 현악기의 원리와 같다. 남성의 일반적인 성대 길이는 평균 2.0~2.3cm, 여성은 1.5~1.8cm다.
영국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외모에서 풍기는 남성미와 달리 고운 여성 목소리를 지녔다. 이 때문에 그의 외모만 보고 환호하던 여성들은 목소리를 한번 듣고는 “실망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 전문의들은 “베컴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성대가 일반 남성들에 비해 가늘고 짧을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한다.
베컴과 반대로 김태희처럼 완벽한 외모의 여성이 마초의 음색이 농후한 남성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전문의들은 ‘남성의 여성화 목소리’보다는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 사례가 훨씬 많다고 말한다. 여성이 남성의 목소리를 지닌 데는 성대가 선천적으로 두껍고 길거나 후천적으로 성대에 변형이 생긴 것이 원인이다.
트랜스젠더를 완성하는 목소리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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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
원인을 알면 해결법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에 대해서는 성대 길이를 줄이는 수술법이 개발됐다. 놀랍게도 이 수술법은 한국 의료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으며,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7년, 목소리 전문 병원 예송이비인후과의 김형태(金亨泰) 박사는 미국음성학회(Voice Foundation Association)에서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를 해결하는 새로운 수술법과 치료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미국음성학회는 세계 각국의 음성 전문의 및 언어치료사가 참석, 순수하게 음성만 연구 발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회다.
김형태 박사는 매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이 학회에 참석해 자신이 개발한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 치유법과 치료 결과를 공개했다. ‘남성처럼 낮은 목소리의 여성 33명을 대상으로 성대의 길이와 모양을 바꿔주는 성대단축술과 성대 윗부분을 당겨서 묶어주는 전유합전진술을 동시에 시행해 목소리 톤이 평균 74.2Hz 증가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치료를 받은 여성 33명은 어린 시절 호르몬 작용 이상으로 목소리가 남성화된 부신성기증후군(선천적인 효소 결핍으로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지나치게 분비해 성기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과 부신발성장애 환자 10명, 재생불량성 빈혈(골수에서 혈구가 잘 생성되지 않아 생기는 빈혈) 치료 부작용 환자 3명, 성전환자 20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1년 9월 김형태 박사를 그가 몸담고 있는 강남의 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2007년 당시 미국음성학회에서 발표한 환자 33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160명의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 환자를 치료했다”고 말했다.
그가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 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2000년이다. 당시 그는 가톨릭 의대 성모병원에 근무하고 있었고, 이미 여러 차례의 동물실험을 거친 후였다고 한다. 김 박사의 말이다.
“당시 제가 몸담고 있던 병원에는 재생불량성 빈혈로 입원한 20·30대 여성 환자들이 많았어요. 이 환자들은 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치료의 한 방법으로 남성 호르몬을 복용하고 있었고, 목소리가 점점 남성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고, 고민이 많았어요. 이분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동물실험을 하게 됐습니다.”
30분 수술로 목소리 변화
그는 ‘동물의 성대를 작게 만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궁금해 성대를 묶어봤다. 그 결과 성대의 두께와 길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수술법이라 그가 안아야 하는 부담도 컸다고 한다.
“2000년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시도했지만 썩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2002년에야 성공적이라 할 만한 결과가 나왔지요. 이때부터 국내 환자에 한해 본격적인 시술을 했는데, 이게 입소문을 타면서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들까지 환자로 받게 됐습니다.”
그가 시술한 160명의 환자 중에는 트랜스젠더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수술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목소리의 변화는 놀랍다. 굵고 투박한 남성 목소리가 가늘고 고운 여성 목소리로 바뀐다. 참고로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는 이 시술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남성의 여성화 목소리’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김 박사는 “‘여성의 남성화 목소리’의 경우 성대를 줄여주면 되지만 ‘남성의 여성화 목소리’는 늘려야 해서 시술이 훨씬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 시술은 성대근육 중 목소리 톤을 높이는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여 마비시킴으로써 높은 음을 내지 못하게 하거나 경피적 성대 성형술을 이용, 성대근육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대체하고 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음성 주파수가 70Hz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3~4개월에 한 번씩 주입해야 한다.
목소리 진단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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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 전문 병원에는 아나운서, 가수, 교사 등 목소리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주로 방문한다. |
김형태 박사는 국내 최초로 목소리 전문 병원을 개원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그는 아시아 최초로 목소리 전문 검진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가 국내에서는 미지의 세계로 통했던 목소리 분야를 개척하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김형태 박사의 말이다.
“대학 시절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어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소리에도 관심이 갔죠. 그 무렵 제인 폰다 주연의 영화 <신의 아그네스>를 보고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됐습니다. 그녀가 목소리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지요. 그때부터 사람의 이미지는 목소리로 완성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는 가톨릭 의대 재학 시절부터 후두학에 관심을 가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앞서 나갔다. 김 박사는 의대 졸업 후 가톨릭 의대 성모병원 교수로 근무하던 중 미국 컬럼비아대(뉴욕)에서 후두학과 뇌신경 분야 연수를 받았다. 그는 “후두학을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후두학은 음성을 다루는 영역과 질환을 다루는 영역이 동떨어져 있었어요. 의료진은 오로지 질환 쪽에만 포커스를 맞춰 성대를 구조적이고 조직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했죠. 반면 음악 하시는 분들은 발성법을 통해 소리를 주관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걸 의학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객관화하면 노래하는 분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국내 음악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발성법을 객관화할 목소리 검진 장비를 만들었다. 발성에 관여하는 근육과 호흡, 소리 등을 다차원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목소리 진단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현재 목소리 검진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발성역학적 다차원측정기가 그것이다. 이 최첨단 기기의 등장으로 소리를 낼 때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발성 후 소리와 후두의 상태만으로 진단해 정밀도가 떨어졌다.
목소리 전문병원은 국민소득 2만 달러 넘어야 운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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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에 보톡스 시술을 하고 있다. |
김형태 박사는 2003년 목소리 전문 이비인후과를 개원한 데 이어 2006년 초고속 성대촬영시스템(HSV)을 도입, 목소리 검진센터를 열었다. 모두 국내 최초였다. 동료 의사들은 환자가 많을 것 같지 않은 병원을 개원하면서 고가(高價)의 장비를 들이는 그를 보고 “미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료 의사들조차 “미쳤다”고 표현한 목소리 전문의는 김형태 박사 말고도 또 한 명 있다.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安哲民)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목소리 전문 병원은 국민 소득 2만 달러가 넘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생활이 윤택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불편한 목소리를 고치러 병원을 찾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으니까 참고 산다는 것이다.
수요가 빤히 읽히는데도 안 박사가 목소리 전문 병원을 개원한 이유는 뭘까. 그의 대답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김형태 박사가 개원했는데 의외로 잘돼서”라며 껄껄껄 웃는다. 그에게 “어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환자 축에 드느냐” 묻자 “나도 환자”라며 역대 대통령 이름과 연예인 이름을 줄줄이 거론했다.
‘이승만,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변희봉, 박경림, 현영….’ 누가 들어도 목소리가 평범치 않은 인물들이다. 개성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유명인이 아니었어도 그런 평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듣기에 썩 좋은 목소리는 아닌 까닭이다. 안 박사는 “누가 들어도 정상적이지 않은 목소리는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부정확한 발음, 목소리 떨림, 쉰 목소리 등은 대부분 치료와 훈련으로 개선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목소리 전문 병원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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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 |
하지만 치료를 하느냐 마느냐는 의사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목소리 때문에 당장 생명이 위태롭거나 사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아서다. 같은 이유 때문에 목소리 치료는 대부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작은 수술도 성형수술로 분류된다.
안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경림씨의 경우 성대에 주름이 잡혀 있거나 홈이 파인 구증(溝症)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보톡스 시술을 통해 주름을 펴거나 홈을 메우면 정상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듣기에 거북한 목소리도 치료를 받고 관리를 받으면 근사한 목소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유명인은 이제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중에게는 이들의 독특한 목소리 역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 박사의 병원을 찾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병원은 점심시간도 못 낼 정도로 환자가 많았다. 그는 “목소리와 연관된 분들은 다 온다고 보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나운서, 가수, 강연 전문가, 교사, 영업직 사원, 텔레마케터 등 목을 많이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반 이비인후과에서 ‘말하지 말고 쉬라’는 처방을 받고 오는 분들이죠. 목이 아플 때는 말없이 쉬는 것이 최선의 처방이긴 합니다만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일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말을 많이 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해서 생기는 질환은 대부분 성대결절이나 성대 폴립이다. 목이 아프고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약물과 음성재활 훈련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정상 성대의 자극을 최소화하는 미세후두수술을 해야 한다.
이명박ㆍ박경림 목소리도 치료 가능
안 박사는 “성대에 굳은살이 박이는 성대결절이나 물혹이 나는 성대 폴립은 잘못된 발성 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만큼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발성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목소리의 경우 성대구증이나 연축성 발성장애 등 몇 가지 특수 질환을 제외하곤 대부분 잘못된 발성 습관에서 오는 질환이라고 말한다.
성대구증은 성대에 원인 모를 홈이 파이는 질환으로 이 홈이 성대 진동을 불안정하게 하여 이명박 대통령처럼 쇳소리를 내거나 박경림처럼 쉬고 거친 목소리를 내게 한다. 또한 조금만 말을 해도 목이 쉽게 피로해 잠긴다.
성대구증은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성대백반증이나 암 치료를 위해 성대 점막을 제거한 경우에도 생긴다. 이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져 성대 점막 전체가 들러붙는 유착성 성대로 발전할 수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성대근육을 조절하는 후두신경의 기능이 상실돼 성대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서 일어나는 질환이다. 20대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된소리, 바람이 새는 듯한 쉰 목소리, 무의식적으로 떨리고 끊기는 목소리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 때문에 말을 시작하거나 이어나가기가 힘들고 목소리를 높일 때 더욱 떨린다. 면접이나 많은 사람 앞 등 긴장되는 상황에선 그 증상이 더욱 심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이 힘들어진다.
▣ 성대 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하루 2리터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신다
성대 점막이 항상 촉촉하고 윤활유 분비가 잘 되어야 성대 진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성대 진동의 충격에 견딜 수 있다. 특히 목이 건조해져 소리가 잘 나지 않거나 헛기침을 많이 할 때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한결 부드러워진다.
평소 체력을 유지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면 성대근육도 함께 약해질 수 있으며 몸이 약해질 경우 외부로부터의 감염에 견딜 수 없게 된다.
발성연습을 꾸준히 한다
운동하는 것이 몸의 건강을 좋게 하듯 꾸준한 발성연습이 성대근육의 약화를 방지한다. 하지만 성대를 장시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과 목소리가 변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목소리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작은 목소리는 편안하게 내는 목소리보다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며 성대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한다.
술과 담배를 피한다
술과 담배는 목을 건조하게 하며 위산을 후두 쪽으로 역류시켜 성대와 후두를 붓게 만들어 목소리 건강에 좋지 않다. 또한 술의 화학적 자극과 담배연기의 직접적인 성대 자극은 목소리 건강에 매우 나쁘다.
폭식을 피하고, 커피를 삼간다
과식, 폭식을 피하고 잠들기 3시간 이내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카페인은 성대의 윤활유 작용을 하는 점액 분비를 억제, 성대를 마르게 하여 목소리 사용 시 성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 또한 단 음식들은 술, 담배와 마찬가지로 위산을 후두 쪽으로 역류시켜 역류성 인후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예송이비인후과 제공〉 |
연축성 발성장애
연축성 발성장애의 원인은 성대근육을 제어하고 목소리 떨림을 억제하는 ‘뇌간’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간 기능 장애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안 박사는 “병원을 찾는 분 중에는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가 가장 많다”며 한 20대 여성 환자의 사례를 들려줬다.
“어느 날 20대 젊은 여성이 울면서 병원에 찾아왔어요. 은행에서 근무하는데 목소리 떨림증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아침부터 재수 없게 운다’며 온갖 욕설을 들었다는 겁니다. 연축성 발성장애의 경우 듣기에 따라 우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거든요. 많은 이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의 경우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질환입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 저희 병원을 찾지요.”
연축성 발성장애는 현재로서는 ‘성대 보톡스 주입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주사로 보톡스를 성대에 주입하여 성대근육을 마비시킴으로써 떨림 증세를 없애는 것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간단하지만 보톡스 효과가 한시적이어서 3~6개월마다 한 번씩 주입해 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몸은 어른인데 목소리는 아이여서 병원을 찾는 이도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 변성발성 장애라고 한다. 이 질환의 원인은 2차 성징을 보이는 변성기 때 몸에 비해 성대만 커져 호흡 조절이 안 되거나 본인이 변화를 거부한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안 박사의 설명이다.
“변성기는 성대가 한꺼번에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남성의 성대는 3, 4배가 자라지요. 여성은 크게 자라진 않지만 변화는 있습니다. 이때 몸에 비해 성대만 커져 5, 6개월 동안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간 톤의 목소리를 내게 되지요. 호흡이 아이 수준이라 성대 진동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곧 호흡이 커지면서 변화된 성대에 적응하게 되는데, 이때 호흡 조절이 안 돼 아이 목소리를 유지하게 되는 질환이 변성발성 장애입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디션 열풍이 거세다. 그 영향 때문인지 과도한 노래 연습으로 목을 다친 10대 학생들이 종종 병원을 찾는다. 고음을 진성(眞聲)으로만 내려다 성대결절이 생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 박사의 말이다.
“우리가 듣는 고음은 진성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물리적으로 고음은 가성(假聲)으로만 가능하죠. 유명한 성악가들이나 가수들이 내는 고음이 진성처럼 들리는 것은 끝없는 발성연습으로 가성을 진성처럼 내는 비법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는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목소리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주장하는 이도 상당수다.
인터뷰 | 李修精 대전대 방송공연예술과 겸임교수
“목소리 전문의 덕에 원래 목소리 되찾았어요”
가수, 뮤지컬 배우, 안무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정씨는 록그룹 ‘해모수’의 리드보컬 출신이다. 2003년 공연한 뮤지컬 <록키호러픽쳐쇼>에서는 마젠타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록그룹 해모수 시절 성대결절이 생겨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것 같다.
“2003년 성대결절로 노래는 못 하고 안무 쪽 일만 했다. 당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목에 좁쌀만 한 물혹이 있는데, 피곤해서 난 것이니 쉬면 낫는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방치했고, 다시는 노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됐다.”
―지금은 괜찮나.
“2004년 우연히 알게 된 목소리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음성재활 치료도 받았다. 2005년에는 성대에 낭종이 생겨 제거했고, 당시 막 도입된 레이저 복원 수술을 감행했다. 덕분에 록 가수로 활동하기 전 목소리를 되찾았다.”
―원래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 아니었나.
“아니다. 본래 내 목소리는 미성이었다. 록그룹 활동 시 잘못된 발성으로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변한 것이다. 그게 성대 질환을 부른 것 같다. 후배들은 달라진 내 목소리를 듣고 ‘성대 수술이 아니라 성전환 수술을 한 것 아니냐’고 농담한다.”
―요즘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제대로 된 발성을 위해 성대근육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복식 호흡으로 성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공명을 울리게 하는 일종의 준비운동이다. 이렇게 하면 성대를 다칠 일이 없고 젊고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홍대 클럽데이는 내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오랫동안 쉬었으니 깜짝 놀랄 만한 기획으로 복귀하고 싶다. 실력 있는 인디 밴드를 양성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
이선균·김주하 같은 목소리 가지려면…
프라나이비인후과는 최근 20~40대 남녀 직장인 136명을 대상으로 목소리 만족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직장인 2명 중 1명이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이 있으며, 목소리 때문에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불만 요소로는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불편하다’(60명)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프레젠테이션 등 남 앞에 서면 목소리가 떨린다’,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다’, ‘프레젠테이션 등 남 앞에서 말할 때 말을 더듬거나 말이 막힌다’, ‘말을 조금만 많이 해도 목소리가 쉬거나 거칠어진다’ 순이었다.
별도 항목인 ‘닮고 싶은 목소리’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인물이 거론됐다. 그중 남자는 배우 이선균, 여자는 아나운서 김주하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중저음의 굵은 목소리를, 여성은 맑고 낭랑한 목소리를 선호하는 셈인데, 이는 서양에서 조사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선균이나 김주하 같은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철민 박사는 “누구나 똑같은 성대를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질환이 없는 한 발성 습관만 잘 들이면 근사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목소리는 없다는 것인데, 김형태 박사의 의견은 좀 달랐다. 그는 “목소리의 70%는 선천적인 것이고, 나머지 30%만 후천적 요소에 의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흑인들이 육상을 하기에 좋은 신체구조를 지닌 것처럼 목소리도 태어날 때부터 형질이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연세대학교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성악교수법과 성악 기법을 지도하고 있는 나경숙(羅敬淑) 박사는 “두 박사님의 주장 모두 옳다”고 말한다. 구조적으로 모든 성대는 같다는 점에서 안철민 박사의 말은 틀리지 않고, 태어날 때 울음소리부터 다를 정도로 유전적으로 잘 조화를 이룬 좋은 목소리를 타고나는 이들이 있으니 김형태 박사의 주장도 백번 옳다는 것이다. 나 박사의 말이다.
“좋은 목소리를 타고났다고 해서 모두 성악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든지 발성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성악가가 되는 것도 아니죠. 유전적 요소만 가지고도 좋은 말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성악가의 좋은 소리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도의 발성 훈련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건강한 성대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발성 훈련을 통해 현재보다는 훨씬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지요.”
나경숙 박사는 서울예고, 이화여대 음대와 동대학원 졸업 후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석사(성악 전공)를, 워싱턴 주립대에서 박사(성악 전공) 학위를 받았다. 또한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성악학(Vocology) 과정을 수료했으며, 성악인을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과 음악인을 위한 바디맵핑(body mapping·몸에 대한 지도를 그려보는 것) 교육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성악가들은 폐를 경제적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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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숙 박사. |
2007년 귀국 후 연세대 대학원과 이화여대에서 성악교수법을 대학원 성악 전공 학생들에게 지도하면서 그는 목소리 전문의들과 공동으로 매년 마스터 클래스를 음성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성대근육의 움직임과 발성의 연관성을 목소리 전문의에게 듣고, 각종 데이터를 세미나를 통해 듣고 보면서, 성대 질병을 예방하는 발성법과 성대를 건강하게 오래 쓸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 마스터 클래스의 핵심이다.
미국처럼 목소리 전문의와 성악 선생님이 협력하면 훨씬 과학적이고 빠른 좋은 발성법을 찾을 수 있기에 음성센터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 박사는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도깨비 방망이 같은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래에 사용되는 몸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와 더불어 호흡을 제대로 소리에 활용할 줄 알면 자신도 놀랄 정도의 엄청난 소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렇게 호흡을 통해 내는 소리는 본인도 힘들지 않고 청중도 듣기에 편하죠.”
나 박사는 “호흡을 경제적으로 잘 사용하면 힘들이지 않고도 성량이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다”며 자신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부학에서 사용하는 여러 신체 모형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실력이 뛰어난 학생은 어떤 학생이냐”고 묻자 “제대로 된 성악교수법적인 바른 지식을 토대로 부지런하게 자신을 훈련하는 학생”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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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일까?
남자와 여자의 성대구조 차이와 발성적인 형태를 본원 안철민원장님께서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